통신등급 대출 :: 경북대에 편입하다

안녕하세요. 흔하디 흔한 편입생인데 옛날 생각나서 왔습니다. 일단 제 현역당시 수능성적(14학년도)을 말하자면

국어b 5(턱걸이, 화작문 다 맞고 경제비문학 두 개 틀렸으나 믿었던 문학에서 통수크리) 수학a 4(꼭대기) 영어b 6(원점수 50, 턱걸이여서 7이나 다름없었죠.) 사탐 한국지리 4 동아시아 2

보다시피 아주 개판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내신성적은 한 술 더 떠서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성적이 이 모양이다보니 수시론 갈 대학이 없어서 적성검사 전형을 준비해 보았으나 경기대만 최저를 간신히 맞추고 예비를 받고

명지대, 한국외대(글로벌), 단국대(천안), 가톨릭대

모두 올킬을 당했습니다. 앞이 정말 캄캄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던 저에게 편입얘기가 들려 머리를 그쪽으로 돌려보았습니다. 편입에는 크게 두 가지 전형이 있습니다.
4년제 대학 2학년 수료(학점은행제의 경우 80학점 요구), 전문대 2,3학년 졸업 후 취득할 수 있는 전문학사 학위가 요구되는 일반편입
4년제 대학 졸업 내지 졸업예정자(학은제의 경우 140학점)가 할 수 있는 학사편입으로 나뉘어지는데, 학사편입은 대체적으로 커트라인이 낮으나 학위취득기간이 부담스러웠고 일반편입을 하면 재수처럼 1년을 소비하는 일이 없었기에 일반편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여기서 또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바로 대학자체적으로 시험지를 배부하여 시험을 치르는 편입영어와 토익,텝스,토플 등의 공인영어성적에 면접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공인영어편입으로 나뉩니다.
편입영어는 주로 인서울대학들이 포진되어 있고, 공인영어편입대학은 주로 국립대들과 약간의 인서울대학(시립대, 경희대, 동국대 등)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편입영어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하였기에 비교적 난이도가 쉽고 후에 취업할 때 실용적인 토익을 공부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저 수능성적으로 부산의 중위권 대학인 k대학에 지원해 합격하고 입학 전까지 토익학원에서 기초를 배우고자 했습니다. 입학하자마자 저는 학업을 병행하면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토익프로그램을 같이 듣기 시작했습니다.
학점은 그런대로 반액장학금을 받을 만큼 나왔으나, 토익은 방학 중 8월달에 본 두 시험 모두 낙제점(405, 420 총점입니다! lc rc점수 아닙니다!)을 받고 좌절했습니다. 780점을 넘기고 카투사에 지원이라도 해보고자한 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그 뒤로 2학기 때는 토익 프로그램을 듣기만하고 시험은 보지 않았습니다.
입대를 앞둔 2학년 1학기 때는 주말 알바를 병행하며 아예 학업에만 정진했습니다. 그리고 입대를 했는데 군대내에서 제 몸을 부지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공부를 회피했습니다. 그러나 전역전 혹한기훈련이 끝나자마자 저는 휴가 때 사온 토익 단어장을 취침소등 후 1시간 동안 잠을 줄여가며 공부연등을 했고, 그 상태로 전역 후에는 알바를 하느라 공부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아니, 책이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2학기가 되자 그 동안의 학점이 좋았는지 교내근로장학에 선발되었고, 토익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10월에 3년만에 보는 첫 토익을 치르니 615점이 나왔습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지금 제가 보기에도 형편없는 점수였으나 500점만 넘고자 했던 그 당시 저에게는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시험 그 다음 시험에서는 점수가 오르긴 했으나 미미한 차이라 큰 진전을 보이진 못 했습니다. 특히 반 넘게 틀리는 파트7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문제를 푸는 매커니즘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745점으로 껑충뛰었고 이는 그해의 제 최고점수로, 이 점수를 가지고 편입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 점수로 지원하기에는 대학들이 한정적이라 부경대, 해양대, 동아대만 지원했습니다. 면접고사를 치러야하는 부경대, 해양대가 한 날이었습니다. 평소에 면접을 본 경험이 없던 저는 우황청심원을 먹으니 심장박동이 현저히 줄고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두 대학 모두 대답하기 쉬운 문제가 출제되었고 그 결과...


세 대학에 모두 합격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고민한 나머지 부경대를 두고 동일계(동일계이면 편입 후 전공학점을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였던 해양대로 진학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엎어진 물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잘못된 선택을 책망하고 후회하며 1달을 불안에 떨며 지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근로장학으로 벌어들인 돈이 생활비로 다 떨어져 갔습니다.
물론 해양대는 예전의 제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학이었으나 통학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는 부경대를 두고 간다는 생각에 그 생각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3주, 해양대를 다닌지 3주만에 저는 부모님을 설득해 자퇴하고 9월달까지 롯데마트에서 알바와 학원에서 토익을 병행했습니다. 고된 노동을 하면서 학문을 배우던 때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고, 이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다신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 좋은 자극을 받은 것 같습니다.
학원을 다닌지 한 달인 5월에 800을 돌파했으나, 6월 달에 810에 그치는 등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이에 경각심을 느낀 저는 알바를 그만두고 학원을 옮기는 강수를 뒀습니다. 운이 좋게도 학원의 스타일이 제게 맞는 덕인지 점수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그해 말 시험에서 900은 넘기지 못했으나 그에 육박하는 점수를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경북대 사학과는 한국사, 동양사가 국한혼용체로 출제된다기에 3주 동안 한자 진흥회 2급을 공부하여 취득했습니다.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기에 부산대(사학), 경북대(사학), 전남대(중문), 부경대(사학), 인천대(중국)에 지원했습니다.
원서접수 후 3주 동안 개설책을 보면서 문제에 출제될 부분을 예상하며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합격자가 발표되는 경북대


그렇습니다. 저는 해냈습니다.
비록 집에서 통학 가능한 부산대는 예비로 떨어지긴 했으나 경북대를 합격했기에 절대 여한이 남지 않은 수험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대학일 수 있으나 지금 저에게 있어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최고의 대학입니다.
지금 이렇게 적고나니 지엽적인 부분은 생략되었고, 글이 조금 난잡하긴 한데, 읽다보니 제 자신이 감개무량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고등학생 당시 제 등급을 보고 분수에 맞게 살아라, 점수 맞춰 가라, 눈 낮춰라 등 많은 얘기를 들어왔으나 보란 듯이 이렇게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잡지식이 많아서 어떤 이는 제게 그런 잡지식만 알면 뭐하냐고 면박을 줬는데 그런 잡지식(역사 관련)이 저를 합격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런 이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결과로 자근자근 짓밟으세요.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삽니다. 어차피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니까요.

ps 영어는 단어가 중요하다고 해서 흔히들 단어만 외우라 하는데, 제 생각에는 이 말은 맞긴하나 너무 성의가 없는 답변이라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단어에 딸려있는 예문, 동의어, 반의어 등의 요소가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수능영어보다 토익이 훨씬 쉬웠습니다. 지금 다시 그때의 시험을 보라해도 4등급 이상을 받을 자신이 없습니다.